

두 방향으로 갈라진 주요국들의 국채 금리 - 전세계 금리 분열은 다음 글로벌 유동성 재팽창의 전조일까?

2026년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은 명확하게 두 개의 세계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미국·한국·영국·일본·독일·인도 등 주요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쟁 이전보다 상승했지만, 중국의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단순한 채권 수급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은 지금 각 국가의 경제 체질이 동일한 공급 충격을 어떻게 다르게 흡수하는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가 상승과 금리 상승을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팬데믹 이전 중국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핵심 엔진이었다. 중국 경기가 반등하면 원자재 수요가 증가했고, 유가가 상승했으며, 중국의 국채금리 역시 함께 올라갔다. 이는 수요 회복이 이끄는 정상적인 리플레이션 구조였다.
그러나 공급 충격이 만들어내는 유가 상승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2021년 팬데믹 시기 글로벌 물류망이 붕괴되며 유가가 급등했을 때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고점을 형성한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높아졌지만 중국의 장기 금리는 오히려 더 하락했다. 그리고 지금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다시 공급 충격이 발생하자 중국의 국채금리는 재차 하락 전환했다.
이 현상의 핵심은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중국은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재정 악화, 민간 소비 부진, 기업 심리 위축, 청년 실업 문제 등 구조적 내수 침체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상승은 경기 과열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훼손하며 경기를 추가적으로 압박한다.
즉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유가 상승은 수요 확대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 침체 상태에서 발생한 비용 충격에 가깝다. 시장은 이것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채권시장은 “물가 상승”보다 “경기 둔화 심화”를 더 크게 반영한다. 결국 중국은 금리를 올릴 수 없고, 오히려 완화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중국 국채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영국·일본·인도·한국 같은 국가들은 다른 경로를 보인다. 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고용시장과 서비스 소비, 재정 지출, 산업 투자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 충격은 단순한 경기 둔화보다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장기 중립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시장은 국채 발행 증가와 재정 확장 가능성까지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일본과 중국의 금리 역전이다.
한때 일본은 영구적 저금리와 디플레이션의 상징이었다. 반면 중국은 성장과 투자, 고금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년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만기에서 일본 국채금리가 중국보다 높다. 전쟁 이후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채권시장의 이벤트가 아니다. 시장은 일본의 정상화 가능성과 동시에 중국의 일본화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중국의 국채금리는 이제 글로벌 채권시장의 새로운 하단처럼 작동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수록 중국 금리는 하락하며 세계 장기금리의 상단을 제약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공급망 재편, 군사 지출 증가, AI 및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을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 시장은 “중국 디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충돌하는 매우 특수한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다음 경기 사이클의 초기 신호들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의 무역수지는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수출 경쟁력이 강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내수 침체로 인해 수입이 크게 억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기 저점 부근에서 자주 관찰됐다. 제조업 재고 사이클이 바닥을 형성하는 시기, 중국의 무역흑자는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의 MMF 잔액 역시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다. GDP 대비 기준으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시스템 내부에 막대한 대기 유동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아직 위험자산과 실물경제로 이동하지 않은 자금이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 신호가 명확해지는 순간 이 유동성은 다시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2026년 4월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과 유가 충격 속에서도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견고하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해고를 꺼리고 있으며 소비 기반 역시 아직 붕괴하지 않았다.
결국 현재 세계 경제는 침체의 종착점이라기보다, 공급 충격에 의해 일시적으로 눌려 있는 상태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재개방되는 순간 시장은 단순한 지정학적 이벤트 이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억눌려 있던 소비와 투자, 제조업 활동이 다시 살아나며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국채금리는 반등하고, 주요국의 장기금리는 전쟁 프리미엄 해소로 일시 하락한 뒤 다시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며 재차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을 위기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언제나 가장 어두운 구간에서 다음 사이클의 씨앗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벌어지는 금리의 비대칭 움직임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다. 그것은 공급 충격 이후 다가올 새로운 글로벌 리플레이션 사이클의 초기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

1970년대처럼 물가가 폭주하는 세대가 아니라, 2~4%가 "새로운 정상"이 되는 고원형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 탈세계화, 에너지 지정학, 재정 팽창 세 가지가 구조적으로 물가 하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AI가 유일한 반작용인데, 생산성 혁명이 현실화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 그 시차 동안이 바로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구간이다.
지금은 억눌린 에너지가 집결되는 시기다. 미국의 고용은 버티고, 자본은 쌓이고, 중국은 바닥을 다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이 에너지가 동시에 방출될 조건이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방출은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물가 하단이 높아진 새로운 인플레이션 환경 위에서 일어날 것이다.